혼.잣.말..

별빛을 채집하며..

임미경 2011. 10. 30. 10:36

 

 
 
(1)
아이들의 푸른 소란스러움이
긴 꼬리를 흔들며 불빛 속으로 사라지고 나면
사람의 말은 잠들고 별들의 수다가 밤을 밝혔다
손에 닿지 않는 형광등 줄이 늘 야속했던 나는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다리를 만들어
주머니 가득 별빛을 따오고 싶었다
어머니는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만
다행히 나는 별을 파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숨죽이며 바라보던 밤
아무리 기다려도 건빵봉지에서 꺼낸 색색의 예쁜 별들은
끝내 말이 없었다


(2)
유난히 흙비가 많이 내리던 그 해 봄
내 유년의 밤하늘과 같이 밝게 빛나던 아버지의 눈빛은
흙비보다 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궤도를 이탈한 떠돌이 행성은 부서져야만 멈출 수 있는 것인가
마치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달려가
눈부신 밤을 보낸 뒤 미련 없이 소멸될 것처럼
아버지의 거친 광기는 회복되지 않았고
세상의 모든 아침이 사라진 밤을 지나는 동안
내가 너무도 사랑했던 별은 강물에 몸을 던졌다


(3)
어릴 적 그랬듯 하늘 향해 발돋움하여 손을 뻗으니
생의 순한 숨결이 가슴을 스친다
완전한 채워짐이란 투명하게 비워지는 순간인 것을
왜 나는 맑은 빛의 생각을 품지 못하고
그리 오랫동안 건빵봉지 속의 별이 되어 있었을까
별빛을 등지고 서면 가장 눈부신 이는 지붕 위의 사람들
불꺼진 창마다 별을 접어 소망한 착한 꿈이 잠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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