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가을속의 나..

임미경 2010. 11. 4. 06:26

 

가을이 발밑에서 사그락 거린다.

눈 앞에 있는 가을 산엘 오늘에야 오르고 있다.

아픈 머리 때문에 조금은 망설였지만 집에 멍하니 있는 것 보다는

맑은 공기를 마시면 조금은 나아질려나 하는 생각에 무작정 산에 오른다.

바람에 살랑대는 갈대가 내 옷자락을 잡고 흔든다.

따스한 햇살이 좋아지는 날이다.

 

망루에서 내려다 보는 금정산의 가을은 눈이 부시다.

하이얀 손을 흔들어대는 갈대가 나를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고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가을은 이렇게 아름답게 왔다가 쓸쓸함을 고스란히 안겨주고 가려나보다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이 가을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으로 치장하고 내 가슴팍으로 안겨온다.

 

이 가을과 함께 지금의 나를 생각해본다

가을과 맞물린 지금의 나는 왠지 설익은 열매 같다.

풍요를 안겨주고 그것도 아쉬워 마지막 힘을 다해 아름다움을 선사하고자 하는 이 가을!

그러나 이 가을의 나이와 같은 나는 남겨 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등산로가 비좁을 정도로 다니는 우리네는 그저 아름다운 가을에 빠져 있을뿐..

온 정열을 다 쏟고 있는 이 가을에게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을을 밟고 가을소리를 듣고 가을을 눈으로 보고 행복해 하는 우리들 중

아픔 뒤에 발산 되는 이 가을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이 진정 얼마나 있을까...

 

가을 속으로

가을 속으로 마음 전부를 안고 풍덩 뛰어 들었다.

햇살 속에 은회색 몸을 자랑하는 갈대도 가을 속에 젖어들고 있다

파아란 하늘도 가을이고

단풍 옷 하나하나 내 걸음위에 사뿐사뿐 내려놓는 나무도 가을이고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의 몸에서

나는 냄새도 가을이다.

그 속에 서 있는 나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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