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 속을
한걸음에 달려온 시간은
마당 한쪽 봉숭아 꽃나무마다
겹겹이 접힌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일순간
숨어 있던 아이들 웃음소리
까르르 나뒹굴며 마당으로 튀어나온다
그 여름
낮은 창을 흔들며 바람이라도 지나가면
다섯 아이가 이마를 맞대고
들썩거려 놓은 풍경이
화들짝 놀라 깨어나던 단칸방
늘 비좁아서 방 문턱을 넘지 못하고
넘어지는 때가 많았던
다져놓은 꿈들은 방 구석에서
한숨이 되어 뭉쳐지는 날이 많았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봉숭아 꽃물보다 더 붉어진 손끝으로
툭,툭 이불을 털어 말렸고
어린 가슴팍을 가르며
쏜살같이 지나가는 햇빛보다
어머니의 손끝이 마음을 찔러서 나는
울음 터트린 꽃잎을 보며
마음이 붉게 물들도록 앉아 있었다
눌러도 눌러도 자꾸 마음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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