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잠이 덜깬 희뿌연 새벽을 만날 수 있었다.
뒷 산의 큰 몸 구석구석을 휘감으며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게 감춰버렸다.
꿈쩍도 하지 않는 그의 마음을 저 안개는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걸까?
늘 그 자리에서 조금도 흔들림도 없이 그는 저렇게 버티고 있는데..
결국 빙빙 그의 둘레를 안타까이 맴돌다 사라지겠지..
어쩌면 그게 너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비는 소곤소곤 거리며 내리는 것 같다.
지금은 강한 발자국 소리를 내지도 않고
큰 목소리로 떠들지도 않고
조곤조곤 속삭이듯 그렇게 내리고 있다.
이렇게 봄비가 내리는 날엔
마음은 벌써 어디론가로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달려가고 있다.
큰 산 그 어느 골짜기에는 지금쯤 얼레지가 수줍게 수줍게 피고 있겠지..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그녀의 꽃말을 질투라고 했을까..
자주색으로 곱게 치장한 연호색도 얼굴을 내밀었을거야.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만났기에
신기한 눈으로 한참동안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던
짙은 홍자색의 쪽두리풀도 지금쯤 환하게 웃고 있겠지.
빗소리에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을 그들을 떠올려본다.
비는 그치고
비에 흠뻑 젖은 생명들이
희미한 어둠속에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안겨온다.
가슴 한 곳에 단단한 멍울 하나가 또 생겨난 것 같다.
시간이 아직 더 흘러가야 하나 보다..
얼마나 더 흘러가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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