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부옇게 흐르고
조금은 서늘한 날씨다.
오늘이 절기로 볼 때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
물가에 희끗희끗,
모습을 들어내고 있는
백로(白鷺)의 자태가 고요하다.
늘 그렇지만
오늘 새벽에는 그 모습이
더 처연하다.
이제,
백로(白露)가 지나면
북쪽에서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도 새끼들을 데리고
바다를 건너
먼 강남으로 떠나게 된다.
그래서
자연은 계절을 통해
질서를 지키며 순환(巡還)을 한다.
생명은 태어나고 떠나고
삶은 이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물그림자에 놀랐는지
그 긴 다리를 오므린 채
훌쩍.. 날아가는
백로(白鷺)의 깨끗함이
고고(孤孤)한 선비의 모습이다.
白露..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 진다.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의 징조다.
옛 속담에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고 했다.
우리 어릴적에
백로에 내린 콩잎의 이슬을
새벽에 손으로 훑어 먹으면
속 병이 낫는다고 했는데
그 병이 아픈 병일까?
위장병일까, 아니면 마음의 병일까?
어쩜, 그리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