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백로 아침에...

임미경 2012. 9. 7. 21:08

 
이른 새벽 강변을 걷는다.

물안개가 부옇게 흐르고
조금은 서늘한 날씨다.

오늘이 절기로 볼 때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

물가에 희끗희끗,
모습을 들어내고 있는
백로(白鷺)의 자태가 고요하다.

늘 그렇지만
오늘 새벽에는 그 모습이
더 처연하다.

이제,

백로(白露)가 지나면
북쪽에서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도 새끼들을 데리고
바다를 건너
먼 강남으로 떠나게 된다.

그래서
자연은 계절을 통해
질서를 지키며 순환(巡還)을 한다.

생명은 태어나고 떠나고
삶은 이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물그림자에 놀랐는지
그 긴 다리를 오므린 채

훌쩍.. 날아가는
백로(白鷺)의 깨끗함이
고고(孤孤)한 선비의 모습이다.

白露..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 진다.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의 징조다.
옛 속담에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고 했다.

우리 어릴적에
백로에 내린 콩잎의 이슬을

새벽에 손으로 훑어 먹으면
속 병이 낫는다고 했는데

그 병이 아픈 병일까?
위장병일까, 아니면 마음의 병일까?

어쩜, 그리움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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