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보고싶은 사람과 소주 잔 부딪쳐 가며
이런 저런 세상사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밤을 지새우며
이 계절을 이야기 하고
무슨 꽃이 피어있는가를 이야기 하고
지금 스쳐가고 있는 바람 소리를 이야기 하고
지금 이 순간 자체를 이야기 하고 싶다.
그렇게 밤을 하얗게 뜬 눈으로 지새워도 마냥 행복할 것 같다.
가끔은 훨훨 날아 하늘 끝에 다다르고 싶은 날이 있다.
구름 위에 앉아 내 사랑하는 이들이 무얼하고 있는지
가만히 숨 죽여 지켜보고 싶다.
외로워 너무 외로워 밤새 잠 못 이루며 뒤척이는 이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손 내밀고 싶고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안고 울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서
등 토닥여주며 함께 눈 시울 적셔가며 그 눈물 닦아주고 싶다.
고독에 몸부림치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서 살며시 안아주고도 싶다.
가끔은 이 밤에도 쉼없이 흘러가는 시냇물이 되고 싶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흘러흘러 가고 싶다.
머물러 있음으로 가슴 아픔이 있다면
차라리 흘러 그것을 떨쳐버리고 싶다.
우리 삶에 있어 완전한 자유가 있을 수 있을까?
차라리 그럴 수 없다면
놓아 버리고 잊어버리는 게 현명한 게 아닐련지...
시간의 흐름에 맡겨 버리는 게 옳은게 아닐련지..
가끔은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이고 싶다.
모든 이의 마음을 풍덩 싸 안을 수 있는 하늘
금방 이라도 손을 담그면 끝이 시릴 정도의 파아란 하늘
내 어머니의 치마색을 닮은 그 하늘이고 싶다.
결국은 시냇물도 하늘도 아닌
나는 나로 남아있을 뿐이다.
여리고 물러터진 나로...
원고지 한줄도 채우지 못한 채 허공만 맴돌고 있는 지금 현실의 나로...
나는 어쩔수 없는 나로 남을 뿐인가보다.
그 어떤 것으로도 되지 못하고
지금 이대로의 나 일 뿐 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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