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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이런 해장국, 저런 해장국

임미경 2011. 5. 18. 07:03

 


 
술 마신 후 해장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선 라멘, 러시아에선 오이즙으로 속을 푼다. 중국 쓰촨성엔 잉어탕, 광둥엔 완탕멘이 해장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처럼 전국 도시마다 고유한 해장국이 있는 나라는 드물다. 각 지방 자연환경과 문화에 따라 생겨난 가지각색 해장국을 찾아봤다.
유지상·이상은 기자


‘묵 해장국’은 경주 음식이다. 낭창낭창한 메밀묵이 듬뿍 올려진 것을 빼면 전주의 콩나물 해장국과 비슷하다.
경주 해장국거리 터줏대감 ‘팔우정 해장국’을 찾았다. 북어머리·마른새우·멸치·다시마를 함께 푹 고아 국물을 낸다. 메밀묵과 데친 콩나물 위로 국물을 서너 번 부었다 따라낸다. 데우는 과정, 일명 토렴이다. 따뜻해진 메밀묵과 콩나물에 다시 육수를 붓고 모자반(해초)·김치·마늘을 잘게 썰어 얹어 낸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양념장을 뿌린다.
국 속 골고루 퍼진 모자반에서 해초 특유의 향긋함이 배어난다. 그러나 주인공은 역시 메밀묵이다. 참기름의 고소함, 김치의 시큼함 속에서 메밀묵의 쌉쌀함이 돋보인다.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메밀묵은 씹기도 전에 후루룩후루룩 넘어간다. 진한 국물 속 가득한 묵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진다. ‘팔우정 해장국’(054-742-6515), ‘할매 해장국’(054-743-1984) 모두 4000원.


전주 콩나물 국밥은 두 종류다. 적당히 따뜻한 ‘왱이집 스타일’과 팔팔 끓여내는 ‘삼백집 스타일’이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김이 딸려 나오는 점은 둘 다 같다.
‘왱이집’ 국밥은 토렴을 한다. 북어 머리·멸치·다시마·무를 넣고 푹 고아 낸 육수를 데친 콩나물 위로 3~4번 부었다 따라낸다. 그런 다음, 신김치·청양고추와 미리 데쳐놓은 오징어도 넣는다. 국밥 속엔 계란이 안 들어가지만 따로 수란이 나온다. 반숙 수란에 해장국 국물을 세 숟갈 정도 붓고 김도 넣은 뒤 잘 섞어 먹는다. 해장국을 먹기 전 위벽을 보호해준다.
‘삼백집’에선 ‘왱이집’과 같은 재료에 양파를 더해 육수를 낸다. 육수에 처음부터 밥과 콩나물을 같이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마지막엔 계란·청양고추·고춧가루·깨소금을 넣는다. 수란 대신 프라이한 계란을 낸다. 1970년대, 가게에 들렀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창업자 이봉순(작고) 할머니가 “이놈아! 누가 보면 영락없는 박정희인 줄 알겄다”며 욕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집이다. ‘왱이집’(063-287-6980) 5000원, ‘삼백집’(063-284-2227) 4500원, ‘현대옥’(063-228-0020) 5000원.

서울식 해장국의 대표주자는 72년 역사를 간직한 ‘청진옥’의 선짓국이다. 피맛골이 재개발되면서 지금은 종로1가 르메이에르빌딩 1층으로 옮겼다. 양지머리와 사골을 고아 만든 국물에 우거지와 콩나물, 선지를 넣고 끓인 국이다. 원래 ‘청진옥’ 선짓국은 따뜻한 정도였지만 이젠 뜨겁게 끓여 낸다. “팔팔 끓여 달라”는 손님이 늘어서다. ‘청진옥’(02-735-1690), ‘청일옥’(02-733-5282) 모두 6000원.


올갱이는 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로 ‘올갱이국’은 충청도 해장국이다. 특히 남한강 상류인 충북 괴산이 유명하다. “하천에서 직접 잡은 올갱이는 유난히 꼬들꼬들하다”는 것이 ‘서울식당’ 박인석(59)사장의 말이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올갱이 삶은 육수에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풀어서 먹는다. 익힌 올갱이에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 마지막 끓일 때 다시 넣는 게 특징이다. ‘서울식당’(043-832-2135), ‘주차장식당’(043-832-2673) 둘 다 5000원.


곰치는 특유의 물컹한 맛이 묘하게 매력있는 음식이다. 주문진항 앞 ‘여주해장국’을 찾아 곰치 맛을 봤다. 맹물에 곰치의 살과 내장·신김치·청양고추·대파·소금을 넣고 끓으면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는다. 곰치의 참맛은 뼈 사이사이 붙어 있는 반투명한 살이다. 씹을 필요 없이 쪽쪽 빨아 먹으면 된다. 빠른 속도로 혀를 미끄러져 목으로 술술 넘어간다. ‘여주해장국’(033-662-4311) 1만원, ‘주문진곰치국’(033-661-7133) 8000원, 속초의 ‘옥미식당’(033-635-8052) 1만2000원.


손질은 복잡해도 요리는 단순하다. 부산 ‘금수복국’에선 물에 콩나물과 무만 넣고 육수를 만든다. 미리 손질해 둔 복어를 육수에 넣고 끓인 뒤 미나리를 얹어낸다. ‘금수복국’에선 네 종류 복어를 골라먹을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은복은 닭가슴살처럼 퍽퍽해도 담백하다. 밀복은 쫄깃하고, 까치복은 부드럽고, 참복은 탱탱한 맛이 일품이다. ‘금수복국’(051-742-3600) 외에 ‘미포할매복집’(051-741-4114)과 ‘할매집원조복국’(051-747-7625)도

 

인기다. 은복 기준 8000원.


 

 『동의보감』엔 “재첩은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특히 간 기능을 개선하고 위장을 맑게 한다”고 쓰여 있다. 재첩·부추·소금. 재첩국에 들어가는 세 가지 재료다. 재첩국의 핵심은 ‘어떤 재첩을 쓰느냐’다. 재첩은 더러운 물엔 못 산다. 물 맑은 섬진강 가까이의 하동이 재첩국으로 유명한 이유다. 하동 ‘여여식당’ 예귀순(51)사장은 “들어가는 재료가 단순하고 간도 오로지 소금으로만 하기에 비린내는 약간 나지만 그 특유의 냄새가 재첩국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여여식당’(055-884-0080), ‘하동할매재첩식당’(055-884-1034) 모두 7000원.


몸은 모자반(해초)의 제주도 사투리다. 평소엔 된장에 무쳐 먹거나 신김치에 버무려 먹는다. 그러나 집안 대소사 땐 돼지고기 삶은 국물에 신김치나 시래기 등을 썰어 넣어 푹 끓여낸다. 육지 사람들이 대소사 때 내놓는 육개장 격이다. 걸쭉한 국물이 묘하게 느끼하지 않다. 대신 해초 미역국이나 매생이국처럼 특유의 매끈한 맛이 난다. ‘유리네식당’(064-748-0890)과 ‘선우영’(064-748-8114)이 소문난 집이다. 6000원.


일본 사람들이 ‘하모’라고 하는 갯장어로 끓인다. 뻘건 국물에 푹 익은 장어가 듬뿍 담겨 있다. 후춧가루도 넉넉하게 뿌려져 나온다. 건더기가 더 많아 해장국의 매력인 국물 떠 먹기가 쉽지 않고 먹고 일어나려면 두둑한 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장어 기름이 살짝 떠 있지만 느끼하지 않다. 한술 한술 뜰 때마다 온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여수의 딸부잣집으로 소문난 ‘칠공주장어탕’(061-663-1580, 9000원)과 ‘복춘식당’(061-662-5260, 7000원)에서 맛볼 수 있다.


동쪽에 명태로 끓인 북엇국이 있다면, 서쪽엔 우럭으로 끓인 우럭젓국이 있다. 우럭을 명태의 코다리처럼 꾸덕꾸덕 말려서 끓인 국이다. 쌀뜨물에 우럭을 넣고, 두부·무·양파·파·풋고추를 더해 끓인다. 여기에 다진 마늘이 넉넉하게 들어간다. 북엇국처럼 국물이 뽀얗고 담백하다. 새우젓으로 맞춘 간 때문에 살짝 찝찔한 맛이 난다. 서산의 ‘토담골(041-669-5547)’과 ‘청원식당’(041-667-2012), 태안의 ‘두메식당’(041-672-4487) 등이 맛있다. 모두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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