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짧은글 긴여운

'사이'에 담겨진 의미

임미경 2010. 9. 12. 12:03


물길의 사이 -
다음 갈 길 따라 부지런히 흐르지 않으면
그 가운데에서 뱅뱅 돌거나 꽁꽁 움츠려 썩고 맙니다.

시간의 사이 -
비집고 들어 앉아 곰곰이 침묵을 배우지 못하면
끝까지, 끝나고 난 후까지 답을 알지 못합니다.

사람의 사이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 내밀어 잡아 주지 않으면
눈빛마저 흔들리며 서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과(因果)의 사이 -
바로 내가 원인을 넘어 원흉일 수도 있음을 모르면
미련하게도 그 결과의 이유, 죽어도 모르게 됩니다.

왜 사람은 한자로 쓰면 人間일까요?
사람의 사이에 있는 게 다름 아닌 人間이라는 뜻이겠지요.

왜 말과 말 사이에는 간혹 사이시옷(ㅅ)이 필요한 걸까요?
앞의 말을 사람(ㅅ)이 떠받치고 있는 건
혹시 말한 사람이 책임지라는 뜻이 아닐런지요.

ㅡ '꽃단배 떠가네 / 손명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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