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팝 샹송 모음

Down by the Salley Gardens - Emi Fujita

임미경 2012. 10. 8. 19:45

 

 


옛날. 먼 아주 먼 옛날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로 짙게 녹음을 드리운 버드나무 정원.

시냇물을 따라 흐르는 부드러운 바람에도 그 버드나무는 귀를 기울이듯 살랑거린다. 

그 한가로운 여름 풍경아래, 아직 세상에 때묻지않은 풋풋한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보며

뜨거운 사랑을 속삭인다. 하지만

철없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는 법.
두 사람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뒤로한 채 세월은 시냇물처럼 유유히 흐르고,
어느새 노파가 되어버린 그 소녀는 지나간 사랑을 후회하며 노래부른다.
그 옛날 저 버드나무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첫사랑을 생각하며......  


Down by the salley Gardens
Salley Gardens 옆 언덕에서

My love and I did meet
사랑하는 이와 나는 만났죠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아주 조그많고 눈처럼 하얀 발로 Salley Gardens를 지나갔죠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그녀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이 자라나는 것처럼 쉬운 일이예요"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하지만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기 때문에

with her did not agree
그녀의 말을 알지 못했습니다 

In a field by the river
강가의 들판에서

My love and I did stand
사랑하는 이와 나는 서 있었죠

And on my leaning shoulder
그리고 그녀는 나의 처지고 구부러진 어깨위에

She laid her snow-white hand
눈처럼 하얀손을 얹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쉽게 생각하세요 살아가는 것은 강둑에서 풀이 자라나는 것처럼 쉬운 일이예요"

But I was young and foolish
그러나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죠.

And now am fuul of rears
그리고 이젠 눈물로 가득찼답니다

Down by the salley Gardens
Salley Gardens 옆 언덕에서

My love and I did meet
사랑하는 이와 나는 만났죠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아주 조그많고 눈처럼 하얀 발로 Salley Gardens를 지나갔죠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그녀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이 자라나는 것처럼 쉬운 일이예요"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하지만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기 때문에
with her did not agree
그녀의 말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오래된 4분의 4박자의 아일랜드의 노래(an old Gaelic tune)는

랭스터 남부지방(South Leinster)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불리우던 노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너무도 유명한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이다.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1867년, 예이츠가 겨우 두살 이었을때 그의 가족은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떠나 런던으로 이사를 간다.
변호사였던 그의 아버지 존 버틀러 예이츠는

런던에서 더 많은 수수료를 받으며 일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세상살이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어서 그의 가족은 1880년 다시 고향 더블린으로 되돌아 온다. 

그곳에서 그는 고등학교를 다녔고, 1883년 메트로폴리탄 예술학교에 입학하여

시인과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시작한다.
휴일에는 슬라이고에 있는 외삼촌 조지 폴렉스펜 과 함께 지냈는데 이 곳에서 그는

아일랜드의 숨겨진 전통을 접하게되며, 이후 그의 수많은 시들이 슬라이고를 배경으로 하게된다.
예이츠가 이슬픈 사랑의 노래를 접하게 된것도바로 슬라이고에 머무를 때였다.

 

예이츠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 (Down by the salley gardens)'이라는 시를 완성하게 되고,

이 시는 그가 1889년 펴낸 시집 'Crossways'에 실리게된다.
그리고 각주에 이렇게 쓰여있다.

"슬라이고의 벨리소데어라는 마을에서 어느 농사꾼 할머니가 가끔 혼자서 기억을 더듬어 부르던

3행짜리 불완전한 옛노래를 재구성해보았다.

(This is an attempt to reconstruct an old song from three lines imperfectly remembered
by an old peasant woman in the village of Ballysodare, Sligo, who often sings them to herself.)"

 

그 지방에서는 이노래를 다시 불러 본 옛노래(An Old Song Re-sung)라고불렀다.

그런데 예이츠는 왜 이 노래에 그다지도 끌렸던 것일까?
물론, 그가 아일랜드의 뿌리깊은 전통에 눈을 돌린데는 시대적인 요구가 있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사회내부는 종교적인 이유로 2분되어있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는 아일랜드 사회를 양분하고 있었으며,

민족주의적 요구에따라 문학작품에서도 게일어가 영어보다 우세하던 시기이다.
그러한 혼란의 시기에 예이츠는 자신의 정체성에 심한 위기감을 느꼈었다.

그는 아일랜드인으로서 영국에 머물렀고,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때는 가톨릭이든 프로테스탄트이든

그 무엇이 되어야했다. 결국, 영국에서는 아일랜드인으로,

고향 아일랜드에서는 애매한 정체성을 가진 의심스러운 이방인으로 낙인찍히게 된것이다. 

그러한 그의 고민은 종교적 전통을 뛰어넘는 더 깊은 아일랜드의 전통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슬라이고 지방의 조그만 시골마을을 돌며 그는 아일랜드의 원초적인 무속과 관습,

신앙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꼭 그런 이유때문일까?
이 시집이 1889년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그가 벨리소데어의 노파로부터 이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청년 예이츠앞에 첫눈에 반해버린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 여인은 훗날 그의 문학에 있어 정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여인이다.

 

 

Maud Gonne (Madame Gonne McBride,1866-1953)


모드 곤(Maud Gonne).
그녀 때문에 그의 초기시는 여성적인 감수성과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가지게 되었고,

그녀 때문에 그는 이런 애매한 정체성에서 벗어나 당당히 민족주의의 길을 걷게되었으며,

그녀 때문에 그는 진정한 삶의 고뇌를 시작하게 되었다.

 

1889년. 예이츠는 열정적이고 화려한 미모의 아일랜드 여인 모드 곤을 만났다.
그는 그 순간을 "내 인생의 고뇌는 시작되었다"라고 기술했다.  예이츠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그 사랑은 희망이 없는 것이었다.   모드 곤은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으나 사랑하지는 않았다. 

민족주의자로서 그녀는 자신의 열정을 아일랜드에 아낌없이 바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목소리와 몸으로 몸소 구사하는 반항자이며 웅변가였다.

예이츠가 아일랜드 민족주의 운동에 가담했을 때 부분적으로는 신념 때문이었으나

대부분은 모드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다. 

 

그 시절 아일랜드에 대해 쓴 많은 글들은 모드를 향한 속삭임이었다.
이 시또한 그런 비극적 사랑을 예감이라도 한듯 가슴 아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에는 조국 아일랜드에 대한 사랑과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다

세월이 흘러 1899년 예이츠는 모드 곤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했다.

4년 후 그녀는 아일랜드의 애국 동지이며 영국의 압제를 함께 증오하던 아일랜드 군인
존 맥브라이드 소령과 결혼했다.  

존 맥브라이드는 1916년에 일어난 부활절 봉기에 참여한 죄로 사형당한 항거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1917년 예이츠는 모드 곤의 딸 이졸트곤에게 청혼했으나 또다시거절당했다.
결국, 몇 주 뒤 무녀(巫女)였던 조지 하이드 리스에게 청혼해 1917년 결혼했다.

이처럼 위대한 시인에게조차 피해갈 수 없는 첫사랑의 뼈아픈 굴레를

이 오래된 노래는 잘 표현하고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