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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그린 자연의 그림

임미경 2012. 3. 26. 02:55

세월이 그린 자연의 그림
어떤 여인이 거울 앞에 앉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목 아래 보기에 흉측한 것이 눈에 보입니다. 만져보니 꼭 자기 배꼽처럼 생겼습니다. 여인은 벌떡 일어나 문을 잠그고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속옷을 벗다가 또 놀랐습니다. 분명히 단전 위에 있어야 할 배꼽이 보이지 않습니다. 주름살을 펴기 위해 자꾸만 살갖을 위로 당겨 올리는 성형수술의 후유증으로 단전 위에 있어야 할 배꼽이 목 아래까지 딸려 올라 간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소리이지요.
누구나 늙기 싫고 젊은이의 피부를 유지하려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러나 세월이란 물이 흐르는 것 같아서 잠시는 막을 수 있지만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나무의 세월이 나이테에 새겨진다면 사람의 세월은 대부분 얼굴에 나타납니다. 바쁘게 사노라 무심히 보내다가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뚜렷이 발견하면 놀라게 됩니다.
"안티에이징(antiaging)"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런 놀라움을 해결해 보겠다고 주름살을 없애고 피부 노화를 방지하려는 노력들을 일컬어 온 말입니다. 아름다움엔 자연미와 인공미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공미보단 자연미가 근원적 아름다움이라 일컬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예술은자연의 모방이다." 라고 말한 이래 자연의 아름다움은 동서고금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아무리 표현해도 다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안티에이징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섭리에 맞서 보지만 잘못하면 위의 우화처럼 추해 보이는 결과를 얻을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창조의 섭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워 집니다.
내 얼굴에 숨어들듯 찾아오는 잔주름도 어쩌면 자연이 내 얼굴에 그려준 그림일지 모릅니다. 가을이 되어 이제 떨 어질 채비를 하면서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을 보며 우리가 마중 가듯 내 모습에 다가온 자연적 변화를 아름답게 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김재수 "트임과 터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