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국악, 불교, 명상음악

[명상] 윤회

임미경 2010. 7. 10. 06:23

더 깊은 눈물 속으로 ㅣ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헤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헤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