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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임미경 2011. 3. 17. 05:19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때보다 떠날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이 추워지는 초겨울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빛을 여는 아픔이 된다.

 

                          <문정희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