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름다운 글

그리움의 간격

임미경 2010. 8. 23. 06:09







J, 감히 말씀드리면
저도 숨조차 쉬기 힘든
시간들이 있었음을 당신은 압니다

.

.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감정은 마치 절망처럼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가고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고
그러면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고
그 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소낙비 난데없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결국 또 비친다고

.

.

J, 비가 그치고 해가 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 하늘에 먹구름 다시 끼겠지요
그러나 J,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살아 있습니다





- 공지영님/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를 그리워할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꼭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나무들이
올 곧게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 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거리..




/우종영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