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한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않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기를 바란다.
굳이 덧붙인다면,어제보고
오늘 또 보아도 십 년 만에
본듯 더없이 반가운 친구,
그런 친구 하나 있으면
인생은 절로 살 맛이 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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