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요 모음

봉우리 - 전인권

임미경 2012. 5. 20. 06:26

 

 

 
봉우리 - 전인권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자주 작은 동산일뿐 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산이 있다곤 생각질 않았어
나한텐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진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 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배 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 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 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가끔 어쩌다가 혹시라도 아픔 같은것이 저며올땐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거 넘어가는 고갯마루 일뿐 이라고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에 좁게 난길
높은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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