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짧은글 긴여운

세상에 날개가 닿지 않는 새처럼

임미경 2012. 1. 19. 05:22

 



         세상에 날개가 닿지 않는 새처럼

         꽃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소나무에 걸린 달님과 마주앉아
         차를 따르며 담소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허허로울 순 없을까.

         세상 위로 날아가면서도
         세상에 날개가 닿지 않는 새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타인의 달콤한 말이나 험담에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듯
         그렇게 무심함으로 살 순 없을까.

         보는 이 없어도 홀로 피는 들꽃처럼
         찾는 이 없어도 맑은 물 솟는 옹달샘처럼
         그렇게 넘쳐나는 생명일 순 없을까

         무한의 큰 품에 다담삭 안겨
         성스런 향기 뿜어내는!

            - 고진하의 <부드러움의 힘>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