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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물 먹은 솜처럼 집에 들어온다
별을 품고 나갔다가
어둠을 짊어지고 녹초가 되어 들어온다
베란다로 나가 혼자서 담배를 피운다
한 개비의 담배를 깨물다가
새가 떠난 창밖의 나무 가지처럼 흔들린다
누가 아버지의 꿈을 훔쳐 갔을까!
창밖의 나무는
뼈 빠지게 악악거리고
바람은 거침없이 몰아친다
아버지가 내뱉은 담배 연기는
창밖으로 뛰쳐나가 나뭇가지에 걸려 펄럭이고
나뭇잎은 추락 직전의 구조조정이다
속살 깊은 호주머니에
숨겨둔 사직서가 잠에서 깬 것일까!
밥상 앞에 앉아
밥 대신 소주를 마시고,
속이 얼마나 탓을까!
소주가 입으로 들어가자
입 안에서 욕설 같은 화독내가 진동했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소주 한 잔 하는 아버지,
당신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김현승 시인 <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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