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좋은글 모음

하늘 같은 사람

임미경 2011. 8. 23. 04:29



 


 


                 하늘 같은 사람         

                                                                         법정스님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권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늘 함께 있으면서

        부딪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여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그저 날마다 비슷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습관적인 일상의 반복에서 삶에 녹이 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가꾸고 다듬는 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신의 삶에 녹이 슬지 않도록
        늘 깨어 있으면서 안으로 헤아리고 높이는 일에
        근복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홀로 자기 세계를 가꾸면서
        공유하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거문고 줄처럼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거문고 줄은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이지
        함께 붙어 있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공유하는 영역이 너무 넓으면 다시 범속에 떨어진다


        행복은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각이나 행동에 있어서 지나친 것은
        행복을 침식한다
        사람끼리 만나는 일에도 이런 절제가 있어야 한다
        행복이란 말 자체가 사랑이란 표현처럼
        범속한 것으로 전락한 세상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가슴속에 사랑을 채움으로써 오고
        신뢰와 희망으로부터 오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데서 움이 튼다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따서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또는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과 마주 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레임을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그런 경험이 없는가?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은 친구이다
        좋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보배이다
        친구를 통해서 삶의 바탕을 가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