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든 여인/ La Ragazza Con La Valigia 1961년
각본+감독: Valerio Zurlini
주연: Claudio Cardinale + Jacques Perrin 음악: Mario Nascimbene/흑백, 111분
물론 가방도 가방 나름이겠지만, 간편하게 몸에 휴대할 수 있는 그런 작은 가방이 아니라, 기나 긴 여행에나 필요한, 그래서 혼자 들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크고 무거운, 그런 가방을 든 여인(The Girl With A Suitcase)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가출? 여행? 그렇다. 가출을 하고 여행도 하다가 어느 남자에게서 가방 채로 차에서 버림을 받은 어느 한 떠돌이 여인을 이 영화의 제목은 의미하고 있다.
잠깐 다녀오겠다고 하고선, 길에다 몰래 짐을 내려놓고 그만 줄행랑을 친 그 남자 (마르첼로/Marcello-Corrado Pani, 1936-2005, 로마)를 포기하지 않고 찾아 나선 ‘가방을 든 여인’. 아이다(Aida-Claudio Cardinale, 1938, 튜니지아)는 그 바람둥이 남자, 마르첼로의 어린 16살짜리 동생, 로렌쪼 (Lorenzo-Jacques Perrin, 1941, 빠리)를 만나게 되는데, 나이트클럽 가수로 일을 하는 아이다를 처음 본 로렌쪼 는 그만 첫 눈에 연상의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상류사회의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돈을 얻어내어, 무일푼인 아이다 에게 옷가지 등을 선물하며 만남을 거듭하는 철부지 로렌쪼. 그러나 뭇 사내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면서 하루하루를 웃음으로 보내는 아이다를 바라보는 심정은 그저 안타깝고 편치가 않다.
결국, 그의 열병 같은 풋사랑은 급기야 스승인 신부님까지 중간에 나서서 아이다를 만나, 형의 이야기 등, 진실을 다 토로하면서, 수습을 해보려하지만 로렌쪼의 고집은 여전하고, 그러다 아이다 에게 치근거리는 사내와 치고받고, 싸우면서까지 그녀를 보호하려는 로렌쪼 의 진심을 (처음에는 금전적으로 이용만 하려 하였으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받아드리게 되는 연상의 여인, 아이다는 그래서, 이제부터는 고향에서 착하게 살겠다고 로렌쪼 에게 약속을 하고, 마침내, 기차역에서 그에게 작별의 인사를 고한다.
(그러나 로렌쪼가 보지 않을 때, 기차를 타지 않고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아이다 의 뒷모습으로 영화는 묘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당시에) 얼마 되지 않았겠지만, 그러나 소위, 주제곡이라 불리던 (아래의) 색소폰의 연주 음악으로 해서 제목만큼은 상당히 대중적으로 유명하였던 영화이다.
이곡은 파우스토 파페티 (Fausto Papeti. 이태리)의 색소폰 연주(위의 음악)와 액커 빌크(Acker Bilk. 1929, 영국-1960년의 TV극, ‘Stranger on The Shore’의 주제곡이 대표곡)의 클라리넷 연주를 비롯하여, 뽈 모리아(Paul Mauriat) 악단의 연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까지도 ‘가방을 든 여인 의 주제곡’ 으로서 너무나도 유명하였는데,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필자 포함-우리나라 방송인들의) 잘못된 오류였었다.
빈약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한 두 명의 D J 들이 그런 식으로 제목을 다들 말하다보니, 너도 나도 (영화는 보지 않은 채) 전부 ‘영화, 가방을 든 여인 의 주제곡’ 이라고 소개를 하게 되었고 심지어 당시에 유행처럼 유통되던 해적판(소위, 말하던 ‘빽판’ LP)에도 그렇게 제목이 붙여졌었다(하지만, 영화의 어느 구석에도 이 연주 음악은 절대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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