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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걸어갑니다

임미경 2010. 9. 28. 13:00

      그 길을 걸어갑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중력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가는 팔이 금방이라도 놓을 것 같아 애초롭기까지 합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그리고 나는 견딜 수 없는 생의 무게를 간신히 버티고 있을 수 없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른 뺨을 치고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는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잔뜩 움츠러 듭니다 나는 졌습니다 처음 부터 상대가 되지 않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면서 변명도 못하고 내 슬픔을 목구멍에서 삼키며 고개를 숙입니다 화들짝 놀라 옷 메무새를 고치고 나를 추스려 보지만 이미 회색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런 나에게 이제는 도저히 사랑받을 수 없는 여자에게 그대가 찾아와 영혼에 있는 사랑을 꺼내 보여 줍니다 나는 이겼습니다 이제는 일어설 수 없는 육체는 보는 것이 아니라 그대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 내 영혼을 보고 세상에 서서 그 길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