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름다운 글

목마와 숙녀...

임미경 2010. 8. 28. 19:11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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