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름다운 글

가을 그리움

임미경 2010. 8. 23. 20:32
     
        가을 그리움 그리움이 가슴 속에만 틀어박힌 줄 알았다 계절을 박차고 나가는 줄은 미쳐 몰랐다   여름나무들이 햇빛 아래 가슴 벅차있을 때 나날이 기도하듯 익어가던 열매들이 어느 한 날 문밖으로 쏟아져 나가고 그들은 농익은 가을 시편들을 쓰려고 손에는 부라운의 필기구를 쥐고 있었다 현호색 하늘 품은 맑은 가을호수는 그도 내심 그리움을 앓아왔던지 감빛 산그림자 뒤에 창백한 낮달을 숨겨놓고 가슴은 물결로 이는 한 줌 실바람을 기다린다 내 안의 그리움어도 저토록 문밖에서 서성인다 호수가 품어간 행맑은 하늘과 백통같은 낮달과 고즈넉한 산빛 곁에서 나직나직 귀 끝을 스치는 가을바람 소리에 귀 대이고 싶은 날, 나도 호숫가로 가련다 그곳에서 가을그리움을 피어내련다